기술담소  2014. 4. 1. 15:20


공인 인증서가 없어진다는 소식은, 캐나다 살면서, 한국 신분증은 없는 저 같은 사람- 외국인에게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그러나 "중국인에게 천송이 코트를 팔자"는 발상에서 공인 인증서를 폐지한다는데, 그렇다고 외국인의 구매 편의가 확 늘어나진 않을 듯 합니다.
공인 인증서만 유일한 장벽이 아닙니다.

외국국적이니 애국심이랄 순 없고, 애한심(愛韓心)의 발로로 외국인 대상 쇼핑몰이나 서비스 관련 웹 기획할 분들이 참고했으면 하는 부분을 얘기해봅니다.

1. 외국 신용카드로 결제 가능한 쇼핑사이트 드물다...  외국 신용카드가 결제되는 사이트가 의외로 드뭅니다. 지난해 한국 관광 중 각종 입장권 구매나 숙박 예약 등을 구매를 시도했을 때 걸린 점은 비단 공인 인증서 뿐만 아니라 외국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결제해본 한국 내 웹사이트 중 리디북스(Ridibooks)가 가장 좋았습니다.  (설계자 분이 혹시 외국서 온라인 쇼핑 좀 해보셨나 봅니다.) 반면에 지마켓(Gmarket)에서 지난해 봄 한국에서 장모님 쓰실 컴퓨터를 캐나다 신용카드로 주문했는데, 결제 처리가 된 다음 날, 연락이 와서 "이틀 내로 여권과 운전면허증 사본을 보내지 않으면 물건을 안 보내준다"고 해서 상당히 기분이 상했습니다. 예비 범죄자 취급 당했던 거죠. 지금 생각하면 아예 취소했어야 할 일을, 출장 일정 중에 출국 날짜가 다가오니 빨리 설정해드리고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타협했네요.

     2. 외국 사는 사람, 본인 인증을 한국 휴대전화 번호로?... 일부 웹사이트는 본인 인증 방법으로 휴대전화 번호를 씁니다. 그것도 한국 전화번호만. 이렇게 되면 외국인 입장에서는 "어쩌라고?" 입니다. 상식적으로 외국 거주 외국인에게 한국 휴대 전화번호를 묻다니 말이 안 됩니다만, 실제로 이런 말도 안되는 본인 인증 절차가 몇몇 웹사이트에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해피맥을 검색결과에 포함시켜 주십사, 네이버에 가니, 본인 인증 절차라면서 저의 한국 휴대 전화번호를 묻더군요.  

어쩌란 말입니까? 한국 전화번호가 있을리 없잖아요.


한국 소셜커머스(social commerce) 앱은 한국 전화번호가 없으면 구매할 수가 없습니다. 캐나다인인 저는 미국에 놀러 가서, 식당이나 숙박, 관광 상품 이용권 등 현지 그룹폰 상품을 사서 이용할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이런 것이 안됩니다. 쿠폰이나 상품권, 예약 증명서를 받으려면 한국 내 휴대 전화번호가 필요합니다. 한국 관광안내 앱에 이메일과, 신용카드 정보만 넣으면 내국인처럼 예약이나 할인이 가능한 앱 좀 만들면 안될까요?


     3. 언어의 차별... 한국어로 접속하면 무조건 내국인으로 간주해 결제 절차를 무조건 내국인용으로만 보여주는 웹사이트가 있습니다.  언어가 아니라 거주 국가 선택에 따라 결제 절차를 달리하는 보편적인 인터넷 쇼핑몰과 차이점입니다. 또한 일부 할인이나 쿠폰은 한국어 페이지에서만 제공돼, 한국어 읽을 줄 아는 외국인은 참 기분 나쁠 때도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 방문시 롯데월드 호텔을 예약할까 했는데, 한국어 페이지에 있는 온갖 혜택이, 단순히 한국인이 아니란 이유로 적용 안된다고 해서, 상당히 기분 나쁘지만, 정중하게 "많이 파세요~ 수고하세요~"하고 전화를 끊은 기억이 납니다. 일단 할인가격과 혜택을 아는데, 그것을 포기하고 돈을 더 낼 생각은 안들지요, 바보도 아니고...  또한 구글 번역기 등을 이용해, 한글을 몰라도, 한글로 된 정보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외국인 네티즌이 참 많습니다. 그런 외국인에게 내국인 전용 할인은 외국인 대상 바가지로 받아 들여지지요. 국적과 상관없이 손님은 보편적으로 받아줘야 세계적인 기업 입니다. 한국 회사 몇몇은 광고에서만 "세계적인 기업"이라면서 보편적인 기준은 안따르더군요. 외환은행 웹사이트만 봐도 윈도전용 보안 무른모 받아야 내용을 제대로 봅니다. 무슨 세계적인 회사가 그래요? 

     4. 배송방식의 제한 ... 선택할 수 있는 배송 방식이 제한돼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매에 별 매력을 못 느끼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고추가루나 작설차 같은 제품은 선편 배송으로 받아도 될 물건인데, 항공 배송만 가능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죠. 알리익스프레스(Aliexpress) 같은 중국계 웹사이트는 배송료 무료(물건 값에 포함)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북미에서 이렇게 배송료 무료 상품 받으려면, 1개월 이상 걸릴 때도 있습니다. 한국 같으면 난리가 나겠지만, 북미에서는 외국에 주문한 경우에는 일정 기간이 걸린다는 점을 소비자도 인식하고 있습니다. 캐나다의 경우, 같은 나라 안에서도 배송에 보름이 걸리기도 합니다. 요컨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구매자가 접수-발송-배달 상황 등 배송 상황을 즉각 볼 수 있으면 됩니다.

     5. 구매 매력이 있어야 산다... 가끔 지마켓에서 상품을 보는데, 대부분 중국산입니다. 이때까지 경험으로는 품질이 실망스러워 자주 구매하지는 않습니다만, 중국산은 앞서 언급한 알리익스프레스 같은 곳에서 더 싸게 살 수도 있죠. 요컨데 중국산이라면, 게다가 상표조차 인지도가 없는 제품이라면 한국에서 주문할 이유가 없습니다. 한국산이거나 최소한 잘 알려진 중국산이더라도 품질관리가 되는 한국 상표여야 일정 가격대 이상 제품에서는 경쟁력이 있을 겁니다. 한국 웹사이트의 강점을 보자면, 상품 사진도 좋고, 설명도  상세하게 잘 돼 있다는 점입니다. 반면에 지마켓의 예로 볼 때 주문이 좀 복잡하죠. 한 화면에 한 상품을 장바구니에 넣을 수 있는 구조가 아마존 등 인터넷 상거래 웹사이트에서 보편적인데, 지마켓을 보면 선택사항이 너무나 많아 혼동을 줍니다. 쥐포를 사러 온 사람에게 마른 오징어도 주문하게 끔 그런 구조라고 하는데, 주문 자체를 그렇게 복잡하게 만들면, 외국인은 주문 안합니다. 

     6. 미흡한 신뢰도... 한국 웹사이트는 외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무명의 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면 이름도 생소한 해피맥 닷 티스토리 닷 컴에서 맥에 관한 제품을 판매할 때, 이를 선뜻 구매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게다가 한국의 웹사이트 정보 보안에 대한 신뢰는 낮습니다. 이 결과로 외국의 지불체계(페이팔)를 수용하거나, 특정 보안 업체(카퍼스키나 노턴 같은)의 보안업체의 보증을 받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즉 수익을 이들 외국 업체와 나눌 수 밖에 없는데, 이는 고속인터넷 보급율 신화에만 빠져 '국내넷'을 오랫동안 유지해, 온라인 쇼핑몰의 국제 경쟁력은 중국보다 상당히 뒤쳐진 한국이 내야 할 세금일 수 밖에 없습니다.


기술담소(tech talk)는 기술에 관련된 마이크 시에라의 인문학적 고찰을 담는 컬럼입니다.




HappyMac.Tistory.com
해피맥 RSS Mike Sierra 의 맥과 아이폰, 아이팟 이야기
글 찾아보기
주제따라 보기
분류 전체보기 (26)
기술담소 (9)
아이맥∙맥북 (15)
아이폰∙패드∙아이팟 (0)
아이튠스 활용하기 (0)
사파리 활용하기 (0)
블로그 관리기록 (2)
최근 글
최근 답글
방문자 수
전체
오늘 | 어제